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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ial Welfare

[의료] 연명의료결정의 사각지대

by Medical Social Worker 구월구일 2023. 9. 16.

연명의료결정의 사각지대

2023년 제6회 서울대학교병원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심포지엄

 

2023년 9월 15일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제6회 완화의료·임상윤리센터 심포지엄을 개최하였다.

 

연명의료결정제도는 내가 한 상급종합병원에서 의료사회복지사로 근무하고 있을 당시인 2018년부터 시행되었다.

 

연명의료결정법을 이해하려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김 할머니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76세의 김 할머니는 폐암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검사를 진행하던 중 갑작스럽게 의식을 잃고

소위 '식물인간 상태'에서 인공호흡기와 같은 생명연장장치에 의존해 중환자실에 입원하게 된다.

할머니의 가족들은 평소 할머니의 뜻을 전하며 인공호흡기를 제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병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소송에까지 이르게 된다.

 

그 결과 대법원은 환자가 회복불가능한 사망단계에 진입하였고,

연명치료 중단에 대한 환자의 의사를 추정할 수 있는 경우라면

해당 환자에 대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판결하였다.

 

이 사건을 계기로 무의미한 연명의료에 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며,

2013년 국가 생명윤리심의위원회가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였고

2016년 2월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단계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

(이하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었고, 

이 법에 따라 연명의료결정제도가 2018년 2월부터 시행되었다.

 

이처럼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면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의사의 판단과 환자의 의향에 따라 유보하거나 중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현재 제도 시행 6년차에 접에 든 시점에서 많은 한계점이 있다.그 사각지대를 이번 심포지엄에서 심도 있게 다뤘다.대표적인 사례로 아래처럼  임종과정 판단이 어려운 환자의 치료 관련 결정에 대해 먼저 다루었다. 

 

1) 급성뇌손상 후 식물상태 환자2) 신경학적 예후가 매우 불량한 신생아3) 말기 치매 환자

 

먼저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게 되는 대상을 먼저 살펴보자.

이처럼 말기 또는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에 대하여 작성이 가능하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식물상태, 신생아, 말기 치매 환자의 경우

이 두 가지 범주에 속한다고 명확하게 평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우선 중증급성뇌손상 후 식물상태는 국내 연명의료결정법의 적용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인지 여부나 통상 뇌사상태로 지칭하는 환자인지 여부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충분한 요건이 아니다.

어떠한 상태의 환자라 하더라도, 연명의료결정법 제 16조에 따라 오직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인이

해당 환자가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라고 판단하는 경우에만 환자의사 확인을 거쳐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있다.

 

위와 같이 신경학적 예후가 매우 나쁠 것으로 예상되나 임종 과정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운 경우 

의식이 없고 인공호흡기에 의존해야 하며 이러한 상황이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률 제도 안에서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말기 치매의 경우에도 병이 서서히 진행되기때문에 언제부터 의사결정능력이 저하되었는지,end of life의 시점이 언제부터인지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처럼 법률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사각지대에 놓인 환자의 경우 병원 현장에서 의료진과 병원 법무팀 변호사, 간호사, 사회복지사와 가족들은 많은 혼란과 윤리적 딜레마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이 날 심포지엄에서는 먼저 연명의료결정제도 사각지대를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해

해외 사례와 제도 보완책을 참고로 각 분야 전문가 토의를 나눴고

 

그 중 기억에 남는 토의들이 몇 가지 있었다.

먼저 독일의 경우 사전연명의료계획서가 환자의 '가치 중심'으로 작성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이에 단순 연명의료를 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해 선택적으로 '기입' 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말로 내가 지니고 있는 주체적인 삶에 대한 가치에 대해서 '기록'하는 방식으로 되면 어떨까' 하는 부분이었다.

그것이 글이 되든 영상이 되든 나와 의미있는 관계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가 되든 이를 대략 5년 주기로 갱신하는 방식으로 삶과 죽음에 대한 스스로의 가치 판단을 통해 삶의 연속성과 통합성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예측 판단이 어렵고 복합적 질병을 갖고 있는 소아의 경우에도 말기 상태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데이런 경우 미국의 한 연구 판례에서 아이가 '기쁨을 느낄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지점의 한 부분으로 작용하였다는 것에 깊이 공감하고 놀라운 마음을 느꼈다.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원치 않는 이유는 대게 비슷할 것이다.

마지막 삶의 종착지에서 존엄한 나의 모습으로 생을 마무리 하고 가족들에게 짐이 되고 싶지 않다는 점일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결정의 주체인 나의 기준에서 놓고 보더라도 

다른 사람과 유의미한 상호작용을 할 수 없고 인생의 희노애락 중 살아가게 하는 '기쁨'이라는 감정을 전혀 느낄 수 없다면

통증만을 느끼거나 무감각만이 존재하는 삶을 그 누구라도 유지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나 아픈 어린 아이를 바라보고 돌봐야 하는 부모의 마음은 

겪어보지 않고 상상만 하더라도 가슴 저린다.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부모의 욕심도 늘어나기 마련이지만 

아픈 아이를 둔 부모의 경우 대게 아이가 건강하기만 바랄터인데

그 '건강함'의 기준이 단순히 신체적으로 기능하는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니라 생각한다. 

그래서 그 '기쁨'이라는 것이 어떤한 지점에서는 생사의 기준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꽤나 울컥하게 만들었다.

동시에 내가 상담했던 '자살시도자'들의 이야기들이 머릿 속을 스쳐가며

그들의 스스로 느끼는 무가치함과 무의미한 감정들로 인한 죽음에 대한 사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그리고 인공호흡기 제거 및 연명의료 중단 시점과 관련해서

환자와 가족의 zero point 이전까지를 시점으로 보자는 의견도 있었다.

threshold(한계점)까지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 외에도 한 가지 사회적으로 경각심을 갖게 된 부분은 

2021년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가 89만명, 23년은 100만명에 이른다는 것이고 

이에 반해 현재 연간 출생 신생아 수는 약 20만명에 그친다는 것이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다는 것은 누누히 들어 익히 알고 있어왔지만이렇듯 비교 수치적으로 보니 소름이 끼칠만큼 놀랍다.

 

이처럼 초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라 노인 환자와 치매 환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고이에 대한 연명의료결정제도 및 여러 제도적 보완책은 반드시 필요로 할 것이다. 

 

이번 완화의료 심포지엄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를 통해 삶의 가치와 향후 사회적 논쟁이 될 부분들을 

미리 함께 고민하고 강구책을 찾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어 나에게도 참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